故윤동주 시인이 영상으로 살아났다. 살아 움직이는 윤동주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 그 처음을 이준익 감독이라는 거장이 함께 해 참으로 다행이다.
청춘 윤동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동주'가 오는 17일 개봉,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동주'는 거장의, 거장에 대한 예의로 가득 차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의 청년 시절을 다룬 작품. '왕의 남자', '사도' 등을 연출했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 역을, 배우 박정민이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 국민이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영상으로 구현된 적이 없다. 아마도 '국민 시인'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 아닐 듯싶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용기 있게 윤동주의 이야기를 영화화시켰고, 누구보다 조심스레 윤동주를 다뤘기에 영화 '동주'는 청춘 윤동주의 치열한 고민과 반성이 절절하게 담겨져 있다.
이준익 감독은 흑백영화라는 설정으로 윤동주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흑백 특유의 꾸미지 않은 소박함이 윤동주라는 인물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방법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저예산으로 '동주'를 촬영했다. 여타의 상업영화와 비교해 현저하게 적은 예산으로 촬영된 '동주'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이 윤동주에 대한 이준익 감독의 예의다.
또한 강하늘이라는 배우가 윤동주를 연기하게끔 만든 것도 이준익 감독의 생각이었다. 유아인이 '동주'를 탐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왜 유아인을 캐스팅하지 않았냐는 의문 속에 이준익 감독은 '누가 연기한 윤동주'라기보다는 '윤동주를 연기한 누군가'가 되길 원해 강하늘을 선택했다.
이처럼 최소한으로, 그러나 최대한의 정성으로 윤동주를 다뤘기에 '동주'는 보는 이들을 흡족하게 만든다. 영화엔 어려웠던 일제 시대, 치열한 고민 속에 살아야 했던 윤동주의 모습과 강하늘의 목소리로 되살아난 윤동주의 시가 별다른 꾸밈없이, 진솔하게 관객들한테 다가간다.
뿐만 아니라 '왕의 남자', '사도' 등을 통해 명실공히 충무로 거장 감독으로 우뚝 선 이준익 감독이기에 윤동주의 처음을 그가 맡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한편 '동주'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 trio88@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