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조승우의 '조드윅', 조정석의 '뽀드윅'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6.04.20 08: 37

뮤지컬 '헤드윅'의 헤드윅은 연기하는 배우마다 색깔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캐릭터다. 조승우가 다르고 조정석이, 또 윤도현이 각각 다른 '헤드윅'이다. 또 이들이 누구와 호흡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매 공연마다 다른 매력으로 무대를 채운다. 그게 '헤드윅'을 한 번만 볼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다.
'헤드윅'은 유독 많은 마니아 팬들(헤드헤즈)이 모이는 작품인데, 까칠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한 캐릭터의 매력이 한 몫 한다. 물론 좋은 뮤지컬 넘버도 관객들이 '헤드윅'을 사랑하는 이유지만, 배우마다 매번 다른 애드리브, 다른 분위기로 공연을 이끌어간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 애드리브에 중독되는 맛이 있다.
조승우와 조정석은 베테랑 '헤드윅'이다. 조승우는 초연부터 '헤드윅'을 맡아왔는데 이 공연의 인기를 끈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지난 2014년 10주년 공연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캐스트였다.

2006년 '헤드윅' 공연에 처음 합류하게 된 조정석은 그토록 원했던 이 배역을 가장 어린 나이에 따낸 배우였다. 당시 조정석은 선배 배우들 틈에서도 그만의 '헤드윅'을 만들어가면서 인기를 얻었고, 올해까지 네 번째 참여하고 있다.
# 조승우의 '조드윅'
여러 배우들의 '헤드윅'이 참 매력적이지만 조승우의 '헤드윅'은 관객들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다. 조승우 공연의 티켓을 구하기 왜 그토록 힘든지, 그의 공연이 매번 매진을 기록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관객들을 자유자재로 들었다 놨다하는 그다. 무대 위에서 늘 자유롭고 즉흥적이고 그래서 더 조승우의 공연이 흥미롭다.
조승우의 '헤드윅'을 보고 있자면, 절대 짜인 각본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생생하고 즉흥적인 부분이 강하다는 것인데(혹은 그렇게 느껴지게 만드는), 누워서 대사를 하거나 거친 말들을 내뱉는 것도 참 자연스럽다. 당연히(?) 내숭도 없고 가장 능글맞고 또 여유롭기도 한 헤드윅이 바로 조승우가 연기하는 '조드윅'이다. 그의 능숙함은 여유롭고, 섹시하다. 또 가장 야하기도 하다. 조승우의 공연에서 특유의 19금 수위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는데, 이 농담이 매 공연마다 바뀌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조드윅인데 그 이야기를 계속하기 위해 노래도 다양하게 불러준다.
남편 이츠학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많은 '헤드윅'들이 저마다 다르게 이츠학과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조드윅은 이츠학에 대한 연민이 더 강한 모습이다. 이츠학에게 짜증을 내면서도 더 많이 이해하고 감싸는 그녀다. 그리고 코믹한 호흡도 꽤 잘 맞는다.
# 조정석의 '뽀드윅'
'헤드윅'을 연기하는 많은 배우들이 저마다 애칭을 갖는데, 조승우를 '조드윅'으로, 조정석은 '뽀드윅'으로 불린다. 조승우야 성을 땄지만, 조정석의 경우 피부가 너무 뽀얗고 좋아서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그 애칭처럼 조정석의 '헤드윅'은 좀 더 사랑스럽다.
물론 짜증도 부리고 화도 내고 거칠 때도 있지만, 수다스럽고 귀여운 언니의 느낌도 많이 묻어나는 뽀드윅이다. 잘 어울리는 애교까지 창작하고 애드리브로 양념도 팍팍 쳐준다. 그야말로 끼가 폭발하는 그녀다. 조정석으로서 '구글 번역기' 농담도 압권이다.
물론 감정이 폭발하는 신에서는 애처로운 그녀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집중한다. 노래야 조승우나 조정석이나 워낙 좋은 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넘버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뽀드윅과 이츠학의 관계는 조드윅과는 또 다르다. 조금 더 애정이 표현된다. 불쌍하다고 하면서도 이츠학에게 짜증을 내고 또 까칠하다.
# 서문탁, 제이민의 이츠학
이츠학은 '헤드윅'의 남편이다. 드래그퀸(여장남자)으로 활동했고 꿈을 꾸지만 인종청소를 피하기 위해 '헤드윅'을 따라 나선다. '헤드윅'과 이츠학은 어떻게 보면 애증의 관계다.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연민을 품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처음 이츠학을 연기하게 된 제이민은 기대 이상으로 탄탄하게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헤드윅'에게 무시당하면서 그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결국엔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관계. 무대 위에서의 이츠학은 확실히 중앙에 선 '헤드윅'에 비해 주목을 못 받지만 솔로 넘버를 부를 때는 끼가 폭발했다.
'뽀드윅'의 기와 짜증에 눌려 있던 제이민의 이츠학은 '데스페라도'를 부르면서 끼를 발산했다. 그녀의 이츠학은 기본적으로 좀 더 여린 느낌이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염을 붙인 겉모습과는 달리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서, 내면에서, 클라이맥스에서 터지는 여러 감정을 정석으로 표현했다.
반면 서문탁의 이츠학(탁츠학)은 좀 더 거칠고 카리스마 있는 느낌이다. 조드윅이 이츠학을 품고 감싸는 모습이 있는데, 탁츠학은 조드윅과 죽이 잘 맞으면서도 카리스마로 조드윅을 제압할 때도 있다. 그래서 조드윅과 탁츠학의 호흡이 더 특별하고, 다른 캐스트와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 '헤드윅:뉴 메이크업'
2014년 공연 10주년을 맞았던 '헤드윅'은 그해 10주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롭게 돌아왔다. 배경을 모텔 리버뷰에서 브로드웨이로 옮기고 '슈가대디' 같은 편곡으로 달라진 넘버도 있다. 모텔에서의 아담한 공연장에서 브로드웨이 폐차장 느낌의 무대로 새롭게 시작했다. '앵그리인치'를 부르면서 수술대를 표현하고, 등장부터 카메라로 '헤드윅'을 비추면서 스크린에 얼굴을 띄우는 등 무대를 가득 채운 차들과 장치들을 이용한 다양한 표현이 추가 되기도 했다.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소소하게 새 단장을 한 점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헤드윅:뉴메이크업'에서는 조승우와 조정석, 윤도현, 정문성, 그리고 변요한이 헤드위기 역할로, 서문탁과 인진아 그리고 제이민이 이츠학으로 열연 중이다. 내달 29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seon@osen.co.kr
[사진]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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